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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에는 '통역사'가 필요합니다

· 이치화 · 2분 읽기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7장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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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AI를 도입했는데, 정작 직원들이 쓰지 않는다면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처음부터 현업과 개발팀이 같은 문제를 풀고 있었는지도 봐야 합니다.

경찰청에서 AI 사업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한 업체가 최신 기술로 뛰어난 성능을 내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팀의 개발자는 제안서에서 빠진 것을 짚었습니다.

“이 업체는 한국어 법령의 ‘조-항-호-목’ 구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한 줄도 없습니다.”

법령은 문장을 잘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느 조항에 딸린 내용인지, 어떤 조건에서 적용되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회사의 규정을 읽을 때도 원칙과 예외, 적용 대상을 구분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업체는 사용할 기술을 설명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제 업무에서 쓸 수 있는 답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빠진 조건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들은 현장을 경험하고, 별도의 개인 공부를 통해 AI 역량까지 갖춘 경찰관들이었습니다. 무엇이 빠졌는지 짚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데이터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공모 안내서에 담고 업체와 구현 방법을 협의했습니다.

책에서 ‘설명자’라고 부른 사람들입니다. 저는 조직과 기술 사이의 통역사라고 생각합니다.

현업의 “우리 일에는 이 조건이 중요합니다”를 개발자가 구현할 요구사항으로 바꾸고, 개발자의 “이 정도는 가능합니다”를 듣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범위를 함께 정하는 사람입니다. 서로의 말을 전달하는 것보다, 함께 만들 결과를 구체적으로 맞추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민간기업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나옵니다. 2026년 7월 맥킨지 인터뷰에서 바이엘의 데이터과학·AI 책임자는 기술자는 많은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연구자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간극을 설명했습니다. 바이엘은 현장 전문가와 기술자가 초기부터 함께 설계하도록 했고, 두 분야를 잇는 ‘통역사’를 육성·채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업무를 깊이 아는 직원이 AI를 배우고 있다면, 그 경험을 개인 공부로만 남겨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컴퓨터를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현업과 개발팀이 함께 일하도록 도울 사람일 수 있습니다.

완성된 시스템을 보여주고 의견을 묻기보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단계부터 참여시켜야 합니다. 현장의 요구를 개발에 반영하고, 실제로 쓸 만한지 확인할 시간과 역할도 줘야 합니다.

“AI로 됩니다”와 “우리 업무에 쓸 수 있습니다” 사이에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여러분 조직에서는 그 일을 누가 맡고 있습니까?

[출처]
맥킨지, "바이엘 데이터과학·AI 책임자 인터뷰" (2026.7.28.)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이치화, 박영사, 7장"

처음 게시한 곳: 리멤버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박영사) — 책 소개 · 강의 문의: kncop0526@gmail.com

게시된 글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