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만 공유해주세요' — 그 '만'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 이치화 · 2분 읽기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2장 관련

“데이터만 공유해주세요.” 그 ‘데이터만’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경찰청에서 AI 도입을 준비하며 각 부서에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자료를, 어디에, 누가 보관하는지부터 파악이 안 되는 부서가 많았습니다.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쌓아온 자료가 목록으로 정리돼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료가 잘 정리된 부서도 공유는 쉽지 않았습니다.
“보안 사고가 터지면 책임은 누가 지나?”
“데이터를 넘겨주면 나중에 가공하고 설명하는 추가 업무가 우리 부서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
요청하는 사람에게는 파일 하나를 받는 일이지만,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일이었던 겁니다.
자료를 골라내고, 항목의 뜻을 설명하고, 오래된 내용을 고쳐야 합니다. 잘못 해석하면 다시 설명해야 하고, 업데이트 요청도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일은 원래 담당 업무를 없애주지 않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조직 전체를 위해 협조해달라”는 말은 협조 요청보다 추가 업무 통보로 들릴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데이터 사일로를 기술 문제로 봤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업무와 책임의 칸막이도 있었습니다.
데이터의 단절은 최근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2026년 3월 공개된 HBR Analytic Services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AI용 데이터 준비의 주요 장애로 ‘데이터 사일로와 통합의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Cloudera 후원으로 2025년 10월, AI 데이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HBR 독자 230여 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기업의 상황으로 바꿔보면 분명해집니다. AI로 고객이 떠나는 이유를 찾으려는데 상담 기록은 영업팀에, 불만 접수는 고객센터에, 환불 내역은 재무팀에 있다고 해봅시다.
같은 고객의 데이터라도 연결하려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디까지 사용하고, 누가 내용을 설명할지 맞춰야 합니다. AI를 도입했다고 이 합의까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달라”와 함께 “우리가 무엇을 맡겠다”도 제시해야 합니다.
제공 부서는 데이터의 의미와 주의점을 설명하고, 활용 부서는 정해진 목적과 범위 안에서 사용하며 해석과 결과 검증을 맡는 식입니다. 정리와 갱신에 필요한 시간도 업무에 반영해야 합니다.
성과도 함께 나눠야 합니다. AI를 만든 부서만 인정받고 데이터를 정리한 부서는 계속 지원만 한다면, 다음 협조는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만 주면 된다”는 말에서 ‘만’을 빼야 합니다.
자료가 오갈 때는 업무와 책임도 함께 움직입니다. 그것까지 설계하는 것이 AI 도입입니다.
여러분 조직은 데이터를 요청하면서, 그 데이터를 내놓는 부서와 사람의 일도 함께 설계하고 있나요?
[출처]
HBR Analytic Services, "「Taming the Complexity of AI Data Readiness」 조사 결과" (2026.3.5.)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박영사, 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