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해봤는데 별로다'의 진짜 원인 — 기획력과 분업력
· 이치화 · 2분 읽기

회사에서 "AI 도입해봤는데 별로다"라는 얘기가 나오면 다들 AI 탓을 합니다.
"기술이 안 됐다", "우리 업무엔 안 맞는다"고요. 그런데 원인은 거의 항상 다른 데 있습니다.
실제로 BCG 조사에서 AI 투자 기업 60%가 실질적 가치를 못 냈고, MIT 조사에서도 기업 AI 프로젝트 95%가 성과를 못 냈습니다.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과 사람이었습니다.
상사가 "요즘 AI로 시장 트렌드 좀 정리해와"라고만 던지면, 나오는 건 늘 뻔한 보고서 한 장입니다. 반대로 기획서 쓸 때 쓰는 표준 단계 — 현황 분석 → 문제 진단 → 목표 설정 → 전략 수립 → 실행계획 → 기대효과, 이 순서로 나눠서 시키면 결과물의 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AI 앱을 만들거나 데이터 분석을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메인은 달라도 쪼개서 순서대로 시킨다는 원리는 같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AI 업계에서는 이걸 '평균회귀'라고 부릅니다. 지시가 모호할수록 AI는 가장 무난하고 평균적인 답으로 수렴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고칠 결함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겁니다. 단계를 쪼개야 매 단계마다 생각할 폭이 좁아지며 구체적인 답이 나옵니다.
동료들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치며 같은 걸 확인합니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법을 모르면 값비싼 AI 라이선스를 줘도 네이버·구글 검색창처럼 씁니다. 질문 하나 던지고 나온 답을 그대로 받아씁니다.
그래서 저는 "AI가 맞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봅니다. 진짜 질문은 세 가지, "원래 기획하고 분업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는가", "AI로 자기 능력을 끌어올릴 능동적인 사람이 있었는가", "그 노하우가 조직에 퍼지는가, 그 사람에게서 끝나는가"입니다.
AI는 이 격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원래 있던 격차를 드러낼 뿐입니다. 밀물 때는 안 보이던 게, 썰물이 되면 드러나는 것처럼요.
AI를 본격적으로 업무에 활용하게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일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본 능력, 원래 조직의 '에이스'들이 다시 중요해졌습니다. 반대로 여태 말로만 지시하고 정작 자기 손으로 기획서 한 번 짜본 적 없는 사람은 AI를 아무리 좋은 걸 줘도 제대로 못 쓰거나, 어설프게 써서 오히려 안쓰는 것만 못하게 됩니다.
AI 도입 예산을 늘리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건 AI가 아니라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다음에 AI한테 뭔가 부탁할 때, 신입 직원한테 시킨다고 생각하고 단계를 쪼개보세요. 결과물이 달라질겁니다.
[출처] BCG(2025), MIT 미디어랩(2025) AI 도입 실태조사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박영사) http://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1189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