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에 저항하는 직원은 게으른 게 아니다 — '건강한 관성'
· 이치화 · 2분 읽기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6장 관련


AI 도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처음엔 '게으르다', '답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
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맡고 처음 부딪힌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AI를 들여오겠다고 하자 부서마다 반응은 달랐지만 방향은 하나였습니다. '경계'
"AI로 뭘 할 수 있는 건데요?" "우린 보안 때문에 어차피 못 쓰잖아요." "AI는 너무 어려워요, 쉽게 설명해주세요." 매일 밤 AI를 공부하던 저에게 이런 질문들은 처음엔 게으름과 답답함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AI 도입을 주저하고 저항하는 태도는 태업이 아니라 '면역'이었습니다.
14만 명 조직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 시스템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매뉴얼에 없는 행동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직이라면, AI 도입에 대한 저항은 무지가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입니다. 조직행동론은 이를 '건강한 관성'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관성을 부수려 하는 대신, 존중하면서 조금씩 방향을 트는 쪽을 택했습니다. 경찰관의 핵심 판단 영역(수사, 체포)은 건드리지 않고, 반발이 가장 적고 직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곳, 24시간 쏟아지는 대국민 민원 서비스부터 AI를 심었습니다. '최소 저항 경로'였습니다.
예산 심의에서도 같은 원리가 통했습니다. 국회와 기재부 담당자가 "AI 도입의 투자 대비 효과(ROI)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을 때, 아직 도입도 안 한 AI의 수익률을 숫자로 증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질문 자체를 바꿨습니다. ROI 대신 COI(Cost of Inaction,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치를 비용)를 제시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시정요구가 3년 새 12배(1,913건→23,107건) 늘었다는 숫자를 들고 가자, 회의실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이 원리는 경찰만의 것이 아닙니다. 제조업 안전부서, 금융업 컴플라이언스, 병원의 환자 등 어떤 분야에서든 새 기술 도입에 조심스러운 건 똑같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이 아니라 면역으로 보는 순간, 설득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출처]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박영사) http://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1189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