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이 떠나면 '촉'도 함께 떠난다 — 암묵지와 AI
· 이치화 · 2분 읽기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13장 관련

서울청 대강당, 100명 가까운 현장 경찰관들 앞에서 치안 AI 계획을 발표하던 날이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20년 넘게 현장을 뛴 베테랑 형사 한 분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20년 넘게 강력범을 잡아온 형사의 촉과 감은 절대 못 따라옵니다. 쓸데없는 돈 낭비 아닙니까?"
강당이 조용해졌습니다. 제 발표를 듣던 몇몇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선배님의 그 매서운 촉을, 기계가 어찌 흉내 내겠습니까." 먼저 동의로 답했습니다. 반론을 예상했던 그분에게는 의외였을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AI가 필요합니다. 선배님들의 그 귀한 통찰력으로 범인을 쫓는 데 집중하실 수 있도록, 단순하고 소모적인 서류 작업을 AI에게 넘기려는 겁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저를 '적'으로 보던 눈은 '낯선 손님'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대체가 아니라 '조직 역량의 증강' 그 프레임이 통한 순간이었습니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55~63년생 1차 베이비부머 705만 명은 이미 은퇴가 한창이고,
64~74년생 2차 954만 명은 2024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은퇴 연령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두 세대를 합치면 약 1,659만 명, 인구의 약 32%가 10여 년 새 현장을 떠난다는 뜻입니다. 도제식으로 물려주던 노하우, 피의자의 눈빛 변화를 읽는 법, 장부 속 자금 흐름의 맥을 짚는 법 같은 것들도 함께 끊기고 있습니다.
AI로 이 공백을 메꾸려고 경찰청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령과 판례 같은 '명시지'는 순식간에 처리하지만, 뒷모습만 보고 소매치기를 솎아내는 감각 같은 '암묵지'는 배우지 못합니다.
그날 강당에서, 7년 차 경찰관이 손을 들고 이런 말을 보탰던 것도 기억납니다. "촉이 베테랑 수사관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가정폭력 현장에 들어가면, 피해 여성이 입을 떼기 전에 분위기로 알아차리는 게 있어요. 그건 보고서에 안 적힙니다."
솔직히, 이 암묵지를 조직에 어떻게 흡수시킬 것인가는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아마 공공, 민간의 구분없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조직에도 그 사람이 나가면 진짜 곤란해지는 베테랑이 있을 겁니다. 있다면 그 사람의 '촉'을 지금 어떤 형태로든 기록해두는 게, 나중보다 낫습니다.
[출처]
한국일보 (2024.0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110390004733
뉴데일리 (2025.01)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24/2025012400287.html
더 많은 공공 AX·조직 AI 전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박영사) http://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1189485